유례없이 더운 여름이 될 것이란 전망이
올해는 4월부터 들려온다.
겨울의 황량함과 앙상함이 뼈저리게 싫고,
여름의 싱그러움과 푸릇함을 기다리는 나에게조차
이는 조금 두려운 예측이다.
봄은 실로 찰나였도다….
찰나의 봄에 서산 해미에 다녀왔다.
해미천 근방의 벚꽃도 구경하고,
오랜만에 해미성지성당도 한바퀴 둘러보았다.
평일에 시간을 내어 다녀온 터라
사람이 많지 않아 시골 동네의 여유로움을
가득 느끼고 돌아왔다.
돌아오는 길에 들린 산수가야가든.
문득 파김치장어전골이 무척 먹고 싶었는데,
사실 그래서 해미에 간 것이기도…ㅎ
먹어본 적이 없다면 쉽게 떠오르는 맛은 아니겠지만
한번도 안먹은 사람은 있어도,
한번만 먹은 사람은 없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야말로 몸보신.
부쩍 더워진 날씨에 베라 파인트.
파인트 값 언제 올랐냐며……
허기졌던 어느 저녁 어메이징 카츠에 들렀다.
맛있게 먹긴 했다만, 약간 튀김옷이 두껍네? 라는
생각이 들었다.
멘치까스가 있어 반가웠다는.
한 입 베어 물때마다 부스러기 와르르..
개인적으로는 돼지바가 더 맛있다.
약간 온전치 못한 정신으로 먹은 케엡 ㅋㅎㅋㅎㅋ
난 왜 그렇게 저 비스킷이 좋은지 모르겠다.
스시세이도 다녀옴.
간만에 디너!
역시 짱짱맨… 샤리 간이 많이 올라와서
체고의 밥안주, 샤리 맛집..
좋은 가격에 퀄 높은 스시를 만날 수 있다.
멀리 나가지 않고
동네에서 저녁 해결하고 싶어 들린 쿠로텐.
늘 쿠로텐동만 시키다가
이번엔 쿠로벤또랑 돈카츠 시켜봄.
메뉴에 돈카츠라 써 있어서 진짜 돈카츠인줄 알았는데
계란만 없지 사실상의 가츠동 아닌가 싶다.
맛있는 돈까스였는데 밥 위에 올려져서
튀김옷이 눅눅해지는게 아쉬웠다.
쿠로벤또는 한번 경험으로 만족.
아나고는 예.. 맛없없 ㅎ
동네 호호카페 호떡 처음 먹어봄.
이렇게 맛있었단 말인가…..
왜 이 맛을 지금 알았을꼬..
으아니.. 나 케엡 좋아하는데
얼마전 거의 반 넋이 나간 상태로 먹느라
뭘 먹었는지도 가물가물이라서..
아쉬운 마음에 다시 케엡 치킨.
배털이 점점 자라나고 있다.
지난달에 진행한 김리칸 건강검진에서
Xray에 뭐가 보인다는 특이 소견이 있었다.
그게 뭐냐는 질문에 으레 그러하듯
CT를 찍어봐야 안다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결절일 수도 있느냐는 질문에도
그럴 수도 있고, 확실한 것은 없다는
교과서적인 답변에 머리 속이 하얘졌다.
답답했다. 한번도 생각해본 적 없는 일이었다.
이튿날, 다니던 병원에 모든 자료를 들고 방문했다.
여기선 별 거 아닌 것 같다고 갸우뚱거렸다.
일반적인 종양의 형태도 아닐 뿐더러
양상들이 종양을 가르키는 것 같지 않다고 했다.
다만 엑레로 100퍼는 없고, 리칸이가 천식도 있으니
주기적인 추적관찰이면 족할 것 같다고 했다.
지옥에서 살아돌아오는 기분이었다.
드디어 목구멍으로 겨우 곡기가 들어갔다.
나의 오랜친구가 산부인과 의사인데,
얼마전 리칸이 안부를 물어왔다.
친구에게 엑레를 보내주며 이게 뭐같냐고 물었다.
자기는 고양이는 알 수 없지만
종양의 모양은 아닌 것 같고,
혹시 혈관석회화가 아닐까 한다며 병원에 가면
한번 물어보라고 했다.
리칸이 레코드가 있는 다른 병원에 들렀고,
그곳에선 석회화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다만 본인도 보수적으로 이야기할 수 밖에 없는 것은
양해바란다고 했다.
그럼에도 나의 질문에 첫마디가
라포가 있는 보호자였다면
너무 신경쓰지 말라고 했을 것 같다였다.
어쨌든 없어야할 것이 있는 것이니 추적관찰은 권하고
지금 상황으론 크게 걱정할 것은 아니라는 소견.
이것이 약2주간 일어난 김리칸 병원일지이다.
나도 매년 건강검진을 하는 편이라
초음파든 내시경이든 뭐가 발견되면
”뭐가 있는데 ’무엇‘일 가능성이 높으니
너무 걱정말고 다음달에 추적검사 오세요.“가
통상 의사들의 멘트인지라, 당연히 그것을
동물병원에도 전제로 깔고 간게 문제였을까.
왜 첫병원에서는 엑스레이의 그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추정없이
그렇게 보수적으로만 말해줬을까..
왜 내 마음에 끝없는 불안함을 지펴준 것일까하는
불편한 감정이 드는 것은 어쩔 수가 없다.
퍽 많은 긍정적 소견을 들었지만
첫소견의 임팩트가 너무 강렬했던지라
내심의 미묘한 찝찝함은 잔존해있다.
그래도 이러한 시간들을 통해서
우리 리칸이가 정말로 아프면 어떻게 단계를 밟을지,
어디로 데려갈지와 같은 현실적인 고민을 해본다.
어쨌든 나의 품으로 들어온 고양이 놈이
아프지 않고 천수를 잘 누리다
자는듯이 떠나갔으면 좋겠단 생각을 한다.
원래 나는, 정말로 고양이를 좋아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