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먹일기#41

모로몽 2024. 11. 30. 2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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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있다.
다행히 살아 숨쉬고 있다.
아직 긴 터널을 통과하는 중이지만,
11월의 마지막 날이니 생존신고로서 글을 써본다.

여전히 내면으로 끝없이 침전하는 시간이다.
바닥을 딛고 살짝 올라선 것일까.
아직 바닥조차 디디지 못한 것일까.
사실 잘 모르겠다. 속단하고 싶지도 않다.
하지만 안다.
사람이 살아간다는 건 시간을 기다리고
견디는 일이라는 것을.
늘 기대보다는 못 미치지만 살아있는 한
시간은 흐르고 모든 것은 지나간다는 것을.
영원불멸의 불안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도 말이다.


사실 한동안 일상에 큰 흥미를 잃고 지내느라
나의 식생활 기록도 뒷전이었다.
특별히 좋아하는 것 몇 가지 외엔 사진도 부재하다.

소기의 해방감을 느꼈던 어느 날.
이상하게 막창이 먹고 싶었다.
숨 막히는 터널 하나를 통과해내면
다시 먹고 싶을 것 같다. 부디.


믿먹 세이도 런치.


약간 유감이었던 어진 런치.


오랜만의 세이도 디너.

최대한 좋아하는 것들을 많이 하고, 먹고 지냈다.
맥주는 자제했지만, 스시는 왕왕 조우한 듯.


완벽하게 내 취향이었던 커피.
나는 산미에 예민한 편인데,
고소함이 풍성해서 너무 좋았다.
치즈 그 자체인 바스크 치즈케익까지.
마음이 편안했던 시간.


이것도 내가 좋아하는 거.


내가 좋아하는 거2.


좋아하는 거3.

내가 좋아하는 것. 베스트이려나?
아프지 말자. 건강히 천수를 누리거라.



근래에 참으로 많은 상념에 빠져있다.
나는 무엇일까. 나는 누구이며, 무엇이 본질인가.

기민하고, 까다롭고, 집요하며,
약간은 냉소적인 외골수 기질까지.
이야말로 호쾌함과 활기로 무장한 사회적 페르소나를
벗어던진 나의 본질 아닌가!
바야흐로 본질을 존중해야할 때가 온 것 같다.
이렇게 와버린 것이다.
좋아하는 것들에 관하여 상기해 보아도
나는 단연코 정적이고도 내밀한 사람이니..
이 기나긴 터널을 오롯히 숙명이라 받아들일 뿐이다.

그저 이 안에서 사람들도 종종 만나고,
가급적 내가 좋아하고, 즐기는 것들에 치중하는 것이다.
당분간 재미주의자가 될 계획이랄까.
또 그렇게 균형을 익혀나가면 되는 것일테니.


내일을 걱정하지 마라.
내일 걱정은 내일이 할 것이다.
그날 고생은 그날로 충분하다.
마태오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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