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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잡았다.
잡으려고 잡은건 아니었고,
잠시 내려놓은 포획틀에 알아서 들어가 잡히셨다.
아직 아깽이라서 갑자기 나타난 성묘에게 서열도 밀리고,
영역도 뺏기고, 한동안 밥도 제대로 못먹고 지냈나보다.
원래는 마당냥이로 데려가려 했는데
처음으로 지척에서 얼굴을 마주하니
충실한 집사 만나서
건강하게 오래 살았으면 좋겠단 생각만 가득했다.


케어 호텔에 있는 며칠 사이에
때깔이 얼마나 좋아졌는지 모른다.
충분한 영양과 관심이란 참으로 대단한 것이다.
그 사이 병원에서 기초 검진도 마치고,
1차 백신 접종도 끝냈다.

저만할 때, 변변한 점프 하나 못하던 시절에 발견되어서
몰래몰래 주는 밥 먹고, 잘 컸다.
무더운 여름도 잘 견뎌내었네. 차장.

드디어 주말이면 임보를 간다.
고단했던 길 생활을 청산하고,
입양의 첫 걸음을 떼는 것이다.
순해서 벌써 쓰담쓰담도 가능한 걸 보니
금방 사람 손 타고 적응도 잘 할 것 같다.
그런데 석달 밥 먹인 정이 뭔지,
저 녀석에겐 그 무엇보다도 잘 된 일인데
어쩐지 마음이 헛헛하다.
이제는 다시 못 볼테지만!
좋은 집사 만나 예쁜 이름도 받고,
따뜻한 실내에서 안온한 삶을 기원한다.
차장, 더 이상 배관은 타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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